이하의 뉴욕 아트 뒷담화 3편. 장난꾸러기 털보아저씨 Paul McCar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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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20 11:16
 
역사는 끊임없이 흘러간다.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역사의 현장에 참여한다. 역사 속 사건은 인간과 그 사회에 어떤 의식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의식은 그 시대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의식은 사회 속에서 엎어지고 넘어지고 뒤집히고 홀라당 까이는 등 뒤죽박죽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어떤 조형이 탄생하게 된다. 이것이 예술가의 작품이다. 즉, 예술가는 그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의식을 정리하여 작품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 작품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들이 뭔가를 즐기거나 애도하는 등 어떤 형태의 문화가 탄생한다.
 
문화는 상업성을 동반함으로 그 뒤를 이어서 경제가 따라오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에도 여러 가지가 따라오므로 이런 현상을 하나의 제도로 만드는 법이 생긴다. 즉, 정치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예술과 정치는 결과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궁합이 맞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정치가 가장 먼저 오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35년 전, 광주에서 수백 명의 사람이 군인들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그 사건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의식을 만들어 주었다. 독재라는 의식, 민주주의라는 의식, 투쟁이라는 의식 등등. 화가들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그 사건을 그림으로 그렸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애도하며 문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15년이 흘러 5·18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수천 년 전부터 게이는 존재했다. 그들은 자신의 인권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 왔다. 그 싸움은 사회에 어떤 의식을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서서히 그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게이는 그들끼리 모여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게이 잡지가 만들어지고 영화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동성결혼법’이 만들어졌다.
 
 
우리 의식을 지배하는 역사에서 예술가의 ‘레퍼토리’는 출발한다. 인물화나 풍경화를 그리는 것도 결국은 역사의식에서 출발하는 예술 철학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은 역사의 꽁무니만 좇아가던 보수 정치가 가장 큰 권력을 가질 때이다. 그래서 정치보다 앞서 가던 주체들은 정치가 가진 권력에 의해 핍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적인 구조가 될수록 정치보다 앞서 가는 존재에 조금씩 권력을 주고 있다.
 
오늘날 화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누구나 될 수 있다. 선구자적인 의식으로 독특하고 개성 있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이들이 바로 예술가이고, 실제로 이런 이들은 많이 있다. 창작 엔진을 가졌다면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이다.
 
 
현대미술, 참 더럽게 희한하고 어렵다. 그러나 보수적인 시선을 잠시 접고, 마음을 활짝 열고, 작품으로 들어가 무언가 보이는 것부터, 그게 무엇이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작가의 의도를 알 필요도 없다. 이 연습이 되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재밌게 예술품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은 현대미술의 맏형 같은 분을 만나보겠다.
이름은 Paul McCarthy.
 
1945년생이니 50대 후반이고, 뚱뚱하고 털북숭이 아저씨이지만, 나이답지 않게 아주 장난꾸러기이다. 이 양반은 사진, 회화, 조각, 멀티미디어 설치 등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쏟아내는, 대단한 열정을 가진 형님이시다.
 
특히 2007년에 제작한 ‘새끼 돼지’라는 풍선 작품은, 조각은 무거운 재료여야 한다는 전통적인 양감 개념을 벗어난 작품이다. 고정관념을 벗어난 조각 개념은 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 시대 최고의 고가(高價) 작가 제프 쿤스(Jeff Koons)도 풍선 작품을 많이 했지만 너무 상업적인 느낌이 나서 매력이 떨어진다. 가벼운 세상을 풍자하는, 미학을 가진 풍선 작품으로는 역사 매카시의 작품이 작품다워 보인다.
 
이 형님은 다양한 작품을 놀라울 정도로 다작(多作)하는 양반이다. 인류의 역사 속 사건, 영화, 어린 시절의 추억, 동화나 신화 속 이미지 등을 뒤죽박죽 섞어서 기괴하고 과감한 표현으로 작품을 만든다. 백설공주와 난쟁이들이 포르노의 한 장면처럼 성행위를 하는 그림을 전시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도 이 형님이시다.
 
 
(벨기에 조각미술관에 설치된, 2007년 제작한 “새끼돼지”란 작품이다. 작품재료가 “부푸는 조각(inflatable sculpture)”이라고 되어있어 그냥 “풍선”으로 하겠다. 조각은 무거운 재료여야 한다는, 전통적인 양감의 개념을 벗어난 작품이다. 사진-Philippe de Gobert)
 
(벨기에 조각미술관 설치, 2007, 부시 x가리(Bush head), 풍선. 부시가 참 고통스럽게 엎어져 있다. 사진-Philippe de Gobert)
 
(벨기에 조각미술관 설치, 2007, 산타, 구멍을 막다, 사진-Philippe de Gobert)
 
(벨기에 조각미술관 설치, 2007, 복잡한 퇴적물, 풍선. 사진-Philippe de Gobert)
 
(2001-2005, 캐리비안 해적, 멀티미디어 설치. 옆 벽면에선 영상이 나오고 배안의 여러 장치들이 움직인다. 현대조각에선 전기 전자의 힘을 빌려 작가의 발언을 표현할 무궁무진한 재료들이 생겨났다. 사진-Dirk Pauwels)
 
(2007, 정원, 설치. 작가의 정신을 지배하는 어릴 적 트라우마들과 그 시절 뛰어놀던 정원을 빗대어 표현했다. 사진-Dirk Pauwels)
 
(2002, 딕 눈깔(Dick eye), 실리콘.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사진출처-Paul McCarthy 홈페이지)
 
(2002, 잭, 실리콘.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 중의 하나. 실제 딜도를 붙였다.
사진출처-Paul McCarthy 홈페이지)
 
(2002, 돼지, 알루미늄 깡통에 도금 채색. 사진출처-Paul McCarthy 홈페이지)
 
(2003, 피카디리 써커스, 멀티미디어 설치 및 퍼포먼스. 부시와 라덴의 짓거리(?)를 피카디리 극장의 써커스로 풍자하고 있다. 사진-Ann Marie)
 
(2001, 페니스 모자, 종이위에 목탄과 파스텔. 사진출처-Paul McCarthy 홈페이지)
 
(1997-1999, 치즈위의 사과머리들, 유리섬유와 실리콘. 사진-A. Burger)
 
지면관계상 조각품 위주로 사진을 올렸지만 이 형님은 다양한 작품을 놀라울 정도로 다작(多作)하는 양반이다.
 
역사를 풍부하게 바라보고, 상상력의 보물창고를 활짝 연다면, 누구나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 컴퓨터와 신기술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조형을 만들 수 있다.
 
현대미술은 더 이상 물성의 미술이 아닌 개념의 미술이 되었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 재료를 찾아내고, 명쾌한 메시지가 있고, 조형을 적절하게 가공할 줄 안다면 여러분도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때로는 무엇을 그려야 할지, 어떤 개념을 찾아야 할지, 어떤 메시지를 넣어야 할지를 고민할 때가 있다. 그것은 불철주야 연구한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깨닫기 위해 고민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하면 찾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심오한 철학을 작품에 불어넣는다고 해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뿐더러, 자칫하면 철저한 자기만족 행위로 끝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조형으로 보여 주면 된다. 작가의 역사에서 버려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삶의 모든 것을 보여 주면 된다. 그러면 결국 작품은 나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작가의 역사와 인생에서 표현된 것 가운데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1980년대 한국 미술은 리얼리즘 계열과 모더니즘 계열로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었다. 리얼리즘은 민중미술로 나타났고 모더니즘은 추상미술로 나타났다. 심각한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미술이 있었고,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적인 미술을 하는 부류가 있었다.
 
현재 미술은 좀 더 대중적으로 변해 왔다. 대중의 일상과 가까워지는 미술이 되고 있다. 더 이상 형이상학적이고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는 말이다. 예술 취급을 받지 못하던 사진이 현대미술에서는 당당히 큰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 예술은 저 산꼭대기에 있는 도인이 지팡이로 도술을 부리는 것 같은 환상이 아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한국 사회에 더 많은 예술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양함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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