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뉴욕 아트 뒷담화 4편. 2011년 뉴욕 아트페어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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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20 11:26
 
 
한달이 넘게 집구석에서 나가질 않다가 아트페어가 열린다기에 쓰레빠 끌고 맨하탄 시내에 오랜만에 나들이를 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갔더니 지하철 노선이 헛갈렸다.
 
뉴욕은 3월부터 아트페어시즌이다. 아트페어(Art Fair)란 화랑(Gallery)들이 연합하여 장소를 빌려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말한다. 한국과 미국의 아트페어가 다른 점은, 물론 규모에서 게임이 안되지만, 한국은 국가기관이 주도하거나 관여하는데 비해 미국은 철저히 각 재단이 기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아트페어는 스위스의 바젤, 미국의 시카고, 프랑스의 피악(FIAC), 독일의 퀠른(최초로 아트페어를 개최), 스페인의 아르코 등등이 손꼽혔는데 미국세가 커지면서 바젤과 뉴욕의 아트페어가 양분하고 있다. 그래도 역시 아트페어하면 스위스의 바젤 아트페어가 짱이다.
 
 
 
뉴욕의 메이저급 아트페어는 최대규모의 아모리쇼(Amory Show), 스코프 아트쇼(Scope Art Show), 펄스 아트페어(Pulse Art Fair), ADAA 등이 있다. 3월 거의 동시에 맨하탄 곳곳에서 열린다. 아모리쇼엔 달랑 4일 동안 6만명 이상이 다녀간다.
 
 
딱 두 군데의 아트페어를 방문했다. “코리안 아트쇼”와 “스코프 아트쇼” 코리안 아트쇼는 한국의 갤러리들끼리만 최초로 뉴욕에서 연 아트페어이다. 당연히 난 한국인이기에 관심이 생겨 그곳을 갔다. 스코프 아트쇼는 원래 실험성이 강한 젊은작가들, 제도권에 들지 못한 아웃사이더들이 첫 출발한 아트페어였다가 지금은 유명해져서 메이저급이 된 아트페어다.
 
 
아트페어에서 그림이 팔렸을 경우엔 작품 옆에 빨간딱지를 붙인다. 빨간딱지가 두 개 이상 붙는 경우는 에디션작품(사진이나 판화처럼 한정해서 여러장 찍어내는 작품)이다. 많은 경우 7개의 빨간딱지가 붙은 것도 봤다. 이건 7명의 컬렉터가 같은 에디션 작품을 매입한다는 뜻이다.
 
 
자...일단 코리안 아트쇼의 한국의 작가들 작품을 한번 감상해보자.
 
(오후 2시쯤 입구의 모습이다)
 
(왕지원, 움직이는 부처님 시리즈중 하나이다. 사이보그 로봇인 신적인 존재를 통해 절대적인 힘을 염원하는 작품이다)
 
(이소연, 자화상을 독특한 회화적 느낌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독일에서 유명한 작가이다. 눈이 실제로 이렇게 생겼는지 무척 궁금하다)
 
(이용덕, 튀어나온 양각이 아니라 음푹 들어간 음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진실의 다른 면을 표현한다)
 
(윤병락, 사과작가로 유명하다. 그림을 보는 순간 사과 먹고 싶은 욕구에 침이 질질 흐르게 한다. 이러한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은 보는 이에겐 유쾌한 쾌감을 주지만 작업자에겐 고역스런 작업일 것이다)
 
(조정화, 조각과 회화를 믹싱하는 작가이다. 연예인이나 대중적인 인물을 세밀하고 납작한 조각품으로 만들어 다시 그 위에 정교하게 칠을 한다. 문화아이콘을 통해 동시대의 사회상을 조명한다)
 
(윤종석, 주사기작가로 국내외적으로 유명하다.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주사바늘로 물감을 한방울씩 떨어뜨려 색을 채워나간다. 옷으로 갠 총이나 개 등의 형태를 그린다. 대단한 집중력의 작가이다)
 
(지용호, 타이어작가로 불린다. 폐타이어를 재료로 주로 동물들을 만든다.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작품들이고, 산업사회의 버려진 폐기물에 새생명을 넣은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유진영, 사회속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이다. 플라스틱 조각을 만들어 채색을 하였는데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들고 튈 뻔 했다)
 
 
총 24군데의 갤러리에서 105분의 스타급 한국 작가 분들이 참여하였다.
대중적으로 익히 알려진 중견 작가들은 제외하였다.
 
 
 
 
이번엔 62가 링컨센터에서 열린 스코프 아트쇼에 한번 가보자.
 
(작가모름, 만화캐릭터 미키마우스가 오른손엔 권총을 숨기고 왼손으로는 격한 표현을 하고 있다. 녀석... 귀엽군)
 
(Jasper de Beijer, 네델란드 출신이다. 인물들에게 인공가죽을 뒤집어 씌우고 특정한 상황을 연출하여 사진을 찍는다. 인물 하나하나는 기괴해 보이지만 전체이미지는 아주 강하고 아름답다)
 
(작가모름, 무릎까진 꼬마 인형이 버팔로 탈을 뒤집어쓰고 있다. 가슴팍에는 철십자가(나치문양) 표시같은 사회성 짙은 뱃지들을 붙여 인류 공동의 적에 대한 조롱을 하고 있다)
 
(Sebastian Schrader, 독일출신이다. 정신 사나운 자신의 모습을 주로 그리지만 유화물감다루는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Daniel Glaser e Magdalena Kunz, 스위스 출신, 나를 비롯하여 이 쇼를 보러온 사람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은 작품이다. 작품을 보면서 대가리가 쭈뼛서고 소름이 쏟아보긴 처음이었다. 어두운 동굴 안에서 두명의 사람이 모포를 뒤집어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화내용은 철학적인 질문과 대답, 남아프리카의 사회적인 문제, 꿈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깜박이는 눈, 움직이는 얼굴근육, 입술의 움직이는 모습이 실제 사람과 똑같아 보이지만 모포 안에서 얼굴인형에 빔을 쏘아 얼굴이 모니터처럼 된 것이다.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실제사람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간다. 조각, 영사기, 키네틱 아트,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까지 기술적, 예술적으로 완벽하게 만든 스코프 아트쇼 최고의 스타가 아닐까 한다)
 
(얼굴 확대사진이다)
 
(Kostas Seremetis, 뉴욕경찰이 사용하는 목제 폴리스 라인을 깨뜨려 미국을 상징하는 별을 만들었다. 강력한 경찰국가인 미국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David Datuna, 포스트 팝(post-pop) 아티스트로 불리는 작가란다. 이 작품도 아주 재밌었다. 성조기형태에 돋보기들이 주욱 연결되어있고 돋보기 안경을 통해 안쪽에 시사 잡지나 신문기사들이 확대되어 보이게 하였다. 미국의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곽승용, 한국 판화작가이다. 나체의 서양여성위에 반투명의 한복을 판화로 만들었다. 작품속의 인물은 배우라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서양여성과 한복, 벗은 여성의 에로티시즘과 고상한 전통의상의 결합이 재미있다. 현대의 혼란상을 이러한 어울리지 않는 충돌로 보여주는 듯하다)
 
(Daniela Edburg, 이작가의 사진 작품도 날 깜짝 놀라게 한 작품이다. 휴스턴에서 태어났지만 멕시코계 여성이고 현재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살인, 강간, 죽음, 전쟁 등등 여성으로서 느끼는 공포감을 전혀 공포스럽지 않게 여성적인 감성으로 작업한다. 소름이 돋은 두 번째 작품이다)
 
(Daniela Edburg의 작품을 하나 더 감상하시라)
 
(Steve Ellis, 미국출신. 극사실주의 작가. 경찰들은 그의 전시에 오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Marck, 스위스 출신. 이 작품도 아주 대박친 작품중의 하나이다. 오른쪽 아래에 보면 빨간딱지가 4개가 붙어있다. 실제로 만들어진 사각의 틀과 그 틀을 벗어나려는 여성의 모습이 모니터로 상영된다. 실제와 허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조화되는 작품이다. 허상의 틀 안에서 허우적대는 현실의 어리석은 우리들 모습을 나타내는 듯하다)
 
(Marck의 또다른 작품이다. 실제 작동하는 작두날이 좌우로 주기적으로 움직이고 모니터속의 여성이 작두날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닌다)
 
(Fredy Hadorn, 실리콘으로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진짜 사람 손 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솜털까지 실리콘 손에 붙여 넣었다. 수갑 찬 손이 돈을 움켜쥐고 있다. 돈의 노예로 살 수 밖에 없는 물질만능 세상을 표현하고 있다)
 
스코프 아트쇼에는 전 세계 44개의 갤러리가 참여, 수백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이곳이 맘에 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행사장 안쪽의 카페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아주 맛있었다.
 
 
바젤 아트페어는 전세계 화가들의 꿈의 무대이지만, 아트페어가 화가들의 최종목표가 되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아트페어가 아니어도 예술의 길은 많다. 자신의 작품이 아트페어와 맞다면 그 길을 가야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 도전하는 작가라면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이다.
 
 
 
 
미술의 기능은 역사적으로 조금씩 변해왔다. 언어가 없던 시절, 미술은 동굴벽화에 그림을 그리면서 언어의 기능을 하였고 어느 시대엔 신을 찬양하는 기능이 있었고 귀족과 왕을 숭배하는 기능, 정권이나 정부를 찬양하는 기능, 또는 투쟁의 도구였던 적도 있었다.
 
자본주의에서의 미술은 부자들의 부의 축적이나 과시용이 된 거 같다. 메이저 미술시장은 거대하게 타락한 비즈니스세계가 되었다.
 
그러나 미술의 기능은 또 변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미술은 대중들의 놀이가 될 것이고 갤러리 시스템은 깨지고 길거리에서 발표가 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들의 발달과 인터넷이나 첨단 기술의 발달이 그런 시대를 만들어 갈 것이다.
 
컴퓨터가 대중화 된 건 불과 15년 전이고 인터넷이 대중화 된 건 불과 10년 전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인터넷파일의 개념이 오감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민트 초콜렛의 맛이 나는 인터넷파일을 스마트폰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엿먹이고 싶은 직장상사에게 방구냄새를 보낼 수도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3D의 시대를 지나 4D의 시대로 가고 있다. 조만간 누구나 하늘에 그림을 그릴수도 있고, 친구들끼리 모여 사진작업을 하고 온라인 갤러리에서 작품발표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갤러리 시스템은 깨지고 새로운 미술시장 시스템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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