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아트 뒷담화 9편. 북수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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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20 15:54
 
나는 현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 맥칼렌(McAllen)이란 도시에 살고, 한국에서는 수원 영화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지낸다. 2011년 봄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작업실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을 때, 수원시의 지원을 받아 ‘대안공간 눈’이 위탁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북수동 작업실에 입주했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무당집이냐고 물어보셨다)
 
말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이지 거의 무허가 ‘하꼬방’ 같았다. 벽에는 풀이 자라고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샜다. 아무리 모기향을 피워도 모기들이 극성이었다. 작업실이 너무 열악해 처음엔 실망했지만, 살면 살수록 수원천을 끼고 있는 북수동의 매력에 빠졌다. 그 후로 이사를 2번이나 했지만 역시 첫 작업실이었던 북수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다.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란 일정 기간 동안 지정된 작업실에 머물면서 작품을 제작하고, 문화 체험, 전시, 지역민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내가 기거했던 북수동 작업실에도 툭하면 디카를 든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와 구석구석 촬영하면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그 순간은 피카소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예술가에게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는 이력에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경쟁률이 아주 심하다.
 
여름 동안 그 작업실에 지내면서 아주 묘한 경험을 했다. 작업실 길 건너편에는 매향여고, 매향여중, 삼일고, 이 3개 학교가 나란히 붙어 있다. 밤새 작업하고 아침에 바람 쐬러 나가면 미니스커트 수준의 교복을 입은 ‘여고딩 수천 명’이 내 눈앞에서 등교했다. 날밤 새운 후 몽롱한 가운데 그 ‘엄청난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바바리맨이 왜 생기는지 이해가 갔다. 하마터면 나도 바바리코트를 살 뻔했다.
 
바로 옆집에는 전직 조폭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외모가 전인권을 닮아 전인권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여드렸다. 예전에는 수원천 변에 요정들이 쭉 늘어서 있었는데 그 요정들을 관리했던 분이다. 요정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 눌러앉아 있다 보니 지금까지 살게 되었다고 하셨다.
 
이분의 생활 방식은 나와 비슷했다. 완벽한 야행성이셨다. 새벽에 자주 놀러 오셨다. 당시에는 바느질 작업을 주로 했는데, 이분이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맡긴 적이 있다. 생각보다 너무 잘하셨다. 그 후로는 알바비를 드리고 바느질 작업을 이분께 맡겼다. 작품 중 ‘꽃미남 병사 시리즈’는 100호가 넘는 대작 6개인데, 이 작품을 이분과 함께 거의 다 했다. 손이 엄청나게 크신데 그 큰 손으로 작은 바늘을 잡고 낑낑거리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도 잘 살고 계실지 모르겠다.
 
수원천은 청계천 같은 인공 천이 아니라 자연 천이다. 팔달산과 광교산이 있어서 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흐른다. 물고기도 많고 오리도 많다. 수원 시내를 들어갈 때 수원천을 따라 걸으면, 지루함 없이 걸을 수 있다. 참 고즈넉하고 멋진 천이다.
 
수원에는 화성이라는, 만리장성처럼 긴 성이 수원 시내를 통과한다. 조선 정조 때 만든 성이다. 화성을 자세히 보면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0년 전에 어찌 저렇게 잘 만들었지?
 
(장안문)
 
(화서문)
 
산의 형세를 적절히 이용해서 주변의 자연물과 너무나도 멋지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성이다. 자연적으로 생긴 돌을 기둥이나 받침대로 이용하기도 했다. 성 전체 모습을 보면 각진 곳이 없다. 꺾어지는 부분은 모두 둥글게 처리했다. 둥글둥글의 미학∼!
 
성벽을 자세히 보면 크기가 다른 네모난 돌을 조합해 쌓았는데, 돌 모서리는 ‘ㄴ’ 자로 깎아 맞물리게 했기 때문에 어떤 충격에도 끄떡없어 보인다. 핵폭탄이 떨어진다면 모두 화성 안으로 들어오시라.
 
 
(돌을 ㄴ자로 가공하여 맞물리게 쌓았다)
 
성벽 중간중간엔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공사 책임자 이름인 거 같다. 말하자면 공사 실명제다. 부실 공사 책임자는 목이 달아났을지도 모른다. 현시대의 장관들이 저 시대로 간다면 망나니의 작두날이 무척 바쁠 거다.
 
화성 둘레는 6킬로미터가 조금 안 된다. 반나절이면 도는 거리다. 비싸게 주고 산 캐논 500D 카메라, 셔터 누를 일이 없다면 화성으로 가시라∼ 10기가짜리 메모리 카드가 꽉 찰 정도로 찍을 게 많다.
 
북수동은 화성의 사대문 중 장안문과 팔달문 사이에 있는 ‘화홍문’ 옆에 있다. 화홍문을 통과하는 수원천을 끼고 있는 동네다. 자, 이제 북수동의 구석구석을 한번 보자.
 
 
(추사 김정희 선생이 여인숙 간판을 써주셨나 보다. 근데 실은 멕시코 작가가 그린 그림이다)
 
(골목길마다 고유의 길 이름이 있다. 이 길은 <로맨스 길>이다)
 
(이 골목길의 이름은 <사랑하다 길>이다)
 
(골목길 곳곳에 벽그림이 그려져 있다. 레지던시 작가들이 그린다)
 
(브라질 작가 <라켈>이란 친구가 그린 옥터퍼스이다. 참 말많은 젊은 여성인데 해물순두부를 미친 듯 잘 먹는다)
 
(왠지 이댁에 사시는 분들은 부부싸움을 안할 거 같다)
 
(수원천 다리 밑에서 장기를 두고 계신 노인들)
 
(화홍문을 통과하는 수원천의 물이 정말 맑다. 아주머니 두 분이 캐고 계신 것은 약초란다)
 
(모든 도시의 간판을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
 
(동문에서 서문까지 운행하는 화성버스가 북수동을 통과한다)
 
(성벽을 따라 이어진 마을은 슬럼화 되어 있다. 정책적으로 개발을 금지해놨다고 한다)
 
마지막 코스∼
북수동에서 최고로 맛있는 집을 소개해 드리겠다. 눈갤러리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식당으로 ‘골목집’이다. 지금은 이사했다. 근처로 이사했으니 위치는 동네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 안다.
 
모든 메뉴가 맛있는데, 특히 반찬이 오리지널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인심이 좋아서 맛있게 먹는 손님에겐 막걸리 한 잔씩 그냥 준다.
 
 
(이집의 개도 명물이다. 눈썹까지 예쁘게 메이크업했다. 멕시코 작가의 유화작품이다)
 
이 녀석에게 먹던 음식을 몇 번 줬더니 갈 때마다 내 옆에 와서 엎드려 있다. 주제에 입은 고급이라 단백질 종류가 아니면 안 먹는다. 무척 순한 녀석인데 얼마 전에 낳은 새끼 8마리를 지키느라 예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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