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아트 뒷담화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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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20 16:04
- 2012년 뉴욕의 아트페어 2-1
 
 
3월은 뉴욕의 아트페어(Art Fair) 시즌이다.
10여개의 중요한 아트페어들이 거의 동시에 개봉을 한다.
한 갤러리가 혼자서 독고다이 뛰기 힘드니까 여러 갤러리들끼리 모여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영업을 뛰는 미술시장이 아트페어이다.
 
Korean Art Show, Volta Art Show, Scope Art Show, Amory Show...
이렇게 4군데를 다녔다.
어찌나 많이 걸었던지, 유격 첫날 하루 종일 피티체조만 한 느낌이었다.
 
입장료는 15불에서 30불까지, 명성과 규모에 따라 다르다.
이중에서 Amory Show는 세계 3대 아트페어에 드는 권위와 역사가 있다.
 
 
Amory Show는 다리가 ㅎㄷㄷ할 정도로 걸어 다녀도 다 못 볼 만큼
규모가 엄청나지만 상대적으로 좀 보수적인 느낌이 있다.
Scope Show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실험적이고 젊은 이미지의 작품들이
있다. Scope에서 추상화는 단 한 작품도 못 봤다.
 
전 세계에서 신청한 갤러리들 중 심사를 통해 선별된 갤러리들이
아트페어에 참가를 하는데 알고 보면 전 세계 나라들 중 열 몇 개의
나라들에 소속된 갤러리들 밖에 참가를 못한다.
한국의 갤러리들도 꽤 많이 진출한다.
국력과 미술시장의 상관관계가 있다.
아모리 쇼엔 한국갤러리 3곳(현대, 국제, PMK)이,
스코프엔 한곳(가이아), 볼타에도 한곳(시몬)이 참여했다.
 
작품이 팔리면 새끼손톱만한 빨간딱지가 붙는다.
여러 개가 붙으면 에디션작품을 주문하는 것이다.
근데 올해 다녀보니 빨간딱지들의 숫자가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망할 경제위기...
 
 
여러분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들을 몇 개씩 소개해 드리겠다.
 
1. Korean Art Show.
한때 백남준을 비롯한 뉴욕의 예술가들이 살던 거리,
그러나 현재는 중국인들에게 점령당한, Soho에서 열렸다.
 
 
뉴욕의 수많은 아트페어 중 나라이름을 걸고 하는 아트페어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화랑협회엔 죄송하지만 객관적으로 메이저 쇼에 들긴 어렵다.
규모도 너무 적고 더군다나 유명갤러리는 거의 참여를 안했다.
문화관광부의 예산으로 진행하는 쇼다.
국민세금으로 열리는 쇼라는 뜻이다.
국민세금을 알아주지도 않는 뉴욕 한복판에서 열리는 미술쇼에 갖다 버리는 짓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에 이건 제법 괜찮은 짓이다.
 
이영일 작가 경우, 광주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작가였지만 광주에 위치한 갤러리를 통해 뉴욕의 코리안 아트 쇼에 그의 작품을 선보였고 뉴욕에서 히트를 치면서 지금은 전 세계의 유명 갤러리와 아트페어에서 모셔가야 하는 작가가 되었다.
코리안 아트 쇼가 없었다면 그는 지금도 지방의 이름 없는 작가일 뿐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무명의 한국작가가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다리역할을 코리안 아트 쇼가 하고 있었다.
 
코리안 아트 쇼는 이번이 3회째다.
권위가 짧은 역사에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꾸준히 이 쇼를 열다보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다.
 
<한영욱 작가. 알루미늄판 위에 물감을 바르고 그라인더로 스크래치를 내는
방식을 반복해 아주 정교한 극사실주의 인물화를 만들어낸다.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익명의 한 인간이 가진 얼굴 안의, 그 인물이 가진 감성을 표현한다>
 
<최영욱 작가, 달항아리 시리즈. 물감으로 그린 것이다. 입체의 항아리를 평면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잘 팔리는 작품이지만 서양에서 더 인기있는 작품이다. 문닫기 직전까지 갔던 인사동의 한 갤러리가 이 작가를 발굴해 해외 아트페어를 돌다가, 빌게이츠 재단에서 작품을 사면서 히트를 쳤다. 인생은 세옹지마>
 
<이영일 작가, 불끈 솟은 뽀바이의 X, 짚신, 호리병, 명품 갑옷 등등... 동서양의 문화를
뒤섞은 조각작품이다>
 
<최재영 작가, 인형시리즈를 발표하는 작가이다. 백인 꼬마의 모습을 주로 그리는데 이번 전시에도 백인 꼬마들이 한국의 전통놀이인 닭싸움을 하는 작품을 냈다.
꼬마녀석들의 표정이 아주 리얼하고 귀엽다>
 
<서기문 작가, 이 작품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발상이 기발하다. ㅎㅎㅎ
법정에서 마르셸 뒤샹이 그의 작품을 앞에 두고 재판을 받고 있고 유명작가들이 방청객으로 앉아있다. 역사적인 인물을 현재로 끄집어 와 현대의 가치를 과거의 가치로 비교한다>
 
<서기문 작가의 작품을 하나 더 보자. 잭슨폴록과 그린버그, 백남준과 무어맨, 고호와 고갱이 택시 안에서 대화 중이다>
 
<이이남 작가, 광주에서 활동하는 분이지만 세계적 명성이 있는 작가다. 영상 미디어 작업을 하면서도 한국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 사계절을 애니메이션으로 잘 표현했다. 하나를 가지라면 난 이걸 갖고 싶다>
 
<이이남 작가의 다른 작품이다. 올해 코리안 아트쇼의 최대 히트작이다. 사진을 개판으로 찍어 죄송하다. 진경산수화를 배경으로 현대문명과 무기로 파괴되어가는 우리 강산을 영상과 사운드로 기막히게 표현했다. 누구 말을 빌리면 간지작살~이다. 이건 꼭 검색해서 전체영상을 보시라>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한국작가들의 재능은 확실히 수준이 높다.
아이디어도 좋고 진지하게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도 있고 깔끔하게 마무리해내는
능력은 세계적으로 짱이다.
다른 아시아작가들에 비해 상업적으로도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한국작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외국작가들도 많다.
 
그러나 아쉽다면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
한국 사회의 구조상 그런류의 미술작품들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술시장 구조는 철저히 갤러리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선 유명 갤러리 관장 눈에 도장 찍히면 성공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거래하는 작가, 거래하는 기자, 거래하는 평론가, 거래하는 기획자, 거래하는 컬렉터, 거래하는 기업들이 갤러리를 중심으로 하나의 시장 왁구를 이루고 있다.
 
갤러리는 개인회사다. 즉, 갤러리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갤러리 관장들은 거국적인 미술의 발전 따위는 관심 없다.
돈을 벌어다 줄 작가를 찾는다.
작가들은 생존하기 위해 부자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고 갤러리는 그런 작가들의 작품을 열심히 뽑아먹고 버린다.
그렇게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이 생명이 다한 소모품처럼 버려진다.
 
작가의 작품은 돈 많은 부자들이 사준다.
한국의 부자들은 보수화 되어있다.
그래서 사회성 강한 작품은 부자들이 사주지 않는다.
이것이 메시지 강한 작품이 한국에서 살아남기 힘든 이유이다.
 
미국은 전시 기획자가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획자 시스템이다.
유명 기획자의 눈에 들면 작가로서 성공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획자들의 직업은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다.
상업 시장이 따로 있고 작품으로서의 시장도 따로 형성되어 있는 곳이 뉴욕이다.
 
미국의 미술잡지를 보다보면 신기한 장면을 종종 보게 된다.
평론가가 어떤 작가의 작품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걸 볼 수 있다.
한국 같으면 작가와 평론가가 멱살 잡고 난리 날 것이다.
한국의 평론가는 50만원만 주면 온갖 미사여구로 작가의 작품을 지상 최고의 작품으로 포장해준다.
미국의 기획자와 평론가들이 신뢰를 받는 이유는 바로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2. Volta Art Show
 
 
32가의 코리아 타운 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
엠파이어 빌딩 건너편에서 열렸다.
Volta 역시 품질에선 마이너 쇼인데...좀 기분 나쁜 건 코리안 아트 쇼보다
작품들은 더 많이 팔렸다.
 
작가와 갤러리를 심사하는 디렉터에 의해 그 쇼의 성향이 결정 되는데
스케일 있고 힘 있는 작품들보단 상업적가치가 있고 상대적으로 아카데믹한 작품들이 많았다.
아마도 이 쇼의 수석 디렉터는 약간 보수적인 성향의 유럽출신의 젊은 여성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작가모름, 유명한 과거의 명화를 그 형태 그대로 사진으로 연출 하였다>
<작가모름, 앉아있는 친구가 작가이다. 온몸에 작은 딱지를 붙이고 있는데 딱지엔
I voted(나는 투표했다)라고 써있다. 붙은 딱지가 가려운지 벅벅 긁고 있었다.
저 딱지를 투표안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작가모름, 미디어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모니터에 연결하는 배선처리는 항상
고민거린데 이 작가는 아예 배선으로 모니터랑 어울리는 형태를 만들었다.
다른 작품엔 모니터에 시계가 돌아가고 벽면에 배선으로 거대한 손을 만들어 모니터가
손목시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작가모름, 스피커를 끼운 유리공을 허공에 매달아 놓고 각각 다른 사운드가 나오는데, 사운드에 맞춰 유리공이 각각 다른 진동을 일으킨다>
 
<작가모름, 아무것도 없는 벽면을 너무나 진지하게 감상하고 있다. 때론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게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3. Amory Show
맨하탄의 맨 서쪽, Hudson 강이 보이는 12번가, Pier 94와 Pier 92에서 열렸다.
아모리쇼는 백년전, 유럽의 미술을 미국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유화로 그린 들꽃 작품이나 감상하던 미국인들에게
쇼킹한 현대미술을 맛보게 해준 것이 아모리쇼이다.
 
<아모리쇼를 보러가는 길에 만난 차. 뉴욕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 차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하루종일 맨하탄 시내를 누비며 레스토랑 홍보를 한다.
독특한 홍보 전략이다. 아모리쇼보다 이게 더 작품같다>
 
부스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여성들은 갤러리측에 고용된 큐레이터들인데
상당히 아름다운 여성들이다.
예전에 어떤 갤러리 관장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작품설명을 잘하는 큐레이터보다
예쁜 큐레이터가 있을 때 작품이 더 잘 팔린다고 한다.
왜 그럴까?
 
<작가모름, 화재현장에서 나온 목탄으로 그 화재현장을 그리고 그 화재현장에서
나온 나무 부스러기로 액자를 만들었다>
 
<Wang Du, 1957년 중국출신으로 초창기엔 중국 정부의 홍보물을 그리는 작업을 하다 프랑스여인과 결혼하면서 파리로 이주, 현재 유럽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미디어에 의해 조작되는 관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세계를 지배하는 서양의 영향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Aka Shoplifter,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 머리카락이나 실들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 지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다. 머리카락 또는 실과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연결하고자 노력한다. 이 작품은 작가가 실 뭉텅이 속에 들어가 다리만 내놓고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하는 중이다>
 
<Peter Hugo, 남아프리카 출신으로 아프리카 난민들과 슬럼화된 도시의 모습들을 담는 사진작가이다. 전쟁과 기아, AIDS로 죽는 사람들을 담고, 최소한의 문명혜택을 누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을 전한다. 이 작품의 제목은 (하이에나와 다른남자)인데 맨앞의 남성은 야생동물을 잡아 훈련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다. 먹고살기 위해
하이에나도 잡아서 훈련시킨다. 대단한 놈. 담력보다 생존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Matthew Brandt, 미국출신이고 아주 흥미있는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약품처리를 독특하여 하여 사진 이미지를 왜곡되게 현상 하거나 인화된 이미지 위에 정교하게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사진과 회화를 결합시키는 작업이다>
 
<Breda Beban, 세르비아 출신이고 현재는 런던에서 활동. 전쟁과 지진, 집시, 난민생활 등등 지독히 불우하게 사신 분이다. 특정한 공간, 위치에서의 정치적 의미나 사랑의 의미를 탐구하는 사진작가다. 자신이 겪은 상처를 사랑의 환희로 표현하여 치유하고자 한다>
 
<Ramazan Bayrakoglu, 보기엔 평범한 사진작품 같지만, 면으로 이루어진 작은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이 끼워 맞춘 거대한 작품이다. 그래픽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엔 점들로 이루어진 픽셀이미지(포토샵 프로그램)와 면으로 이루어진 벡타이미지(일러스트 프로그램)가 있는데 이 양반은 벡타이미지를 오프라인에서 작업했다>
 
<Mahomi Kunikata, 작품만 봐도 어디 출신 작가인지 알만하다.
제목은 Two Sisters in One Body이다>
 
<작가모름, 핫도그 폭탄을 매고 있는 소년이다>
 
<Saint Clair Cemin, 120cm의 큰 구두이다. 작품제목은 아버지. 거대한 구두가 문도 없는 철망 안에 갖혀있다. 설명하지 않아도 의미를 알 듯하다>
 
<Pietro Ruffo, 이태리 출신, 미국영토위에 이스라엘 국기를 그려놨다. 상당히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양반이다. 국기로 탱크를 전체 감싸기도 하고, 영토가 표시된 지도위에 다른 나라의 국기를 그려놓기도 한다. 적이라는 것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 필요에 의해 권력자들이 만든 가공의 공포와 분노가 적이란 존재이다>
 
<작가모름, 한쪽 귀퉁이가 살짝 들어간 거대한 거울이 작품이다. 거울 속에 비쳐지는 우리 모습이 작품이다. 여성들에게 가장 집중도가 놓은 작품이었다. 작품을 감상한 여성들이 지나간 후 촬영하느라 한참 기다렸다>
 
 
 
 
과감한 발언을 하는 한국작가들이 열심히 마케팅을 해주는 갤러리를
만나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면 세계적인 스타작가도 탄생할거라 본다.
 
 
 
2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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