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아트뒷담화 19편. 아트포럼리 개인전

  • 조회 1330
  • 2015.06.08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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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꾼, 시사만화가, 애니메이션 제작자, 
대학강사, 그 외 자잘한 알바들.
그동안 나의 직업들이었다.
현재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장담컨대 그동안 가졌던 직업 중 최고의 직업은
현재 직업인 예술가다. 
 
 
 
돈을 많이 버냐고? 네버~!
권력을 얻었냐고? 네버~!
근데 예술가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여전히 난 돈에 관해서는 찌질한 편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나 때문에 재판받거나
기소된 동료들 변호사비와 벌금을 내주느라
똥구녁이 찢어진다. 스트레스 장난 아니다.
 
 
예술가는 자신의 인생을 산다.
졸리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마려우면 싼다.
항상 휴일이고 항상 평일이다.
누군가로부터 예술가의 삶을 부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그 의미 없는 비난에 
적응이 되면 개의치 않고 살게 된다.
 
 
예술가는 남이 만든 가짜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 각성한 믿음대로 사는 진짜인생이다.
이것은 돈 몇 푼으로 기준 때리는 자본주의식
사고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숭고함이다.
 
 
예술가들은 대개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특히 나)
인문학적 소양도 떨어지고 사회과학적 지식도 
별로 없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순수함’이다. 
조직에 속해, 조직의 이익을 위해, 조직의 부속이
되어 사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주체가
되어 물질적인 것 이상의 가치를 찾으려고 
애쓰는 인생들이다. 
세월호사건의 비극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그림을 그리고, 쓰레기 같은 정치인을 보면서 
분노하며 그림을 그린다.
인간을 지배하는 지금의 사회시스템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까고 있으며 더 멋진 
새로운 문명에 대한 꿈을 꾸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절대적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을 예술가들이 만들 수는 없어도 꿈은 꿀 수 있다.
 
 
태생적으로 예술가는 정치를 싫어한다.
진보적인 정당에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기는
하지만 그들조차 믿지 않는다. 사회주의든 
사회민주주의든 그것조차 보수이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정치)에 매몰된 삶이 얼마나 우리를 
타락시키는 지 느낄 수 있다. 
물론 돈과 권력으로 멋진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좋은 돈과 권력은 이 시스템에서 대부분 좌절한다.
아무리 잘난 양반이라 해도 돈과 권력(정치)을 
쫒는 순간 그는 정치의 논리를 따라야한다.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사회구성원 모두를
그 정치의 구렁텅이에 내몰고 있다.
 
 
2009년 늦은 봄, 뉴욕에서 난 미술을 시작했다.
발표할 곳이 없어 이곳저곳 공모전에 냈고 
상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예술가가 되었다.
당시 내 나이 41살이었다.(물론 만 나이다)
그로부터 6년 후 난 500점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다.(그림일기까지 포함하면)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고민을 했고
타락한 세상을 이끌고 있는 독재자들을 그려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거나 전단지로 만들어 
뿌렸다. 4번의 기소를 당했고 스무번이 넘게 
재판정을 오가고 있다. 타락한 정부의 개가 된 
우리의 사법기관은 똥파리들처럼 따라다니며 
풍자미술을 못하게 괴롭힌다. 
 
 

소위 화이트 큐브에서 날 부른 적이 없고
유명 기획자나 평론가가 찾은 적 없으며
문화부 기자가 연락해온 적도 없고
사회부 기자에게만 연락이 왔다.
그들은 아무리 나의 예술철학을 이야기해도
기소가 되었는지 안되었는지만 물었다.
전문 미술상이 내 작품을 산 적이 없으며
어쩌다 갤러리에 전시되면 떼이거나 가려졌고
어느 날부터 갤러리에서 전시도 할 수 없었다.
내 작품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그런가보다.
(라고 믿고 싶다)
 

난 어느 순간 유명인이 되었지만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유명해지는 것이 즐겁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그러나 왜 내 작품을 본 사람들이
내게 응원을 보내고 장문의 이메일로 자신의 이야기를
보내오는지 알고있다. 이 사회가 우리에게 절망을 주고
좌절을 주기 때문이다. 난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의 상처를 만져주는 것 밖에.

제도권에서 나의 예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준다면
작가로서 명예가 생기는 일이지만 이 또한 관심이
없다. 정치를 하게 되는 순간 나는 나의 인생이
아닌 제도권에서 원하는 인생이 될 것이다.

 
나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
이건 최고의 행복이고 축복이다.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더러운 치부를 건드리는
버르장머리 없는 예술가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해도
난 나의 양심과 신념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난 계속 꿈을 꿀 것이고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할 것이다.
 
 
개인전을 기획하여 초대해준 대안공간 아트포럼리에 감사한다.
2015. 06. 22 ~ 07. 18 부천 아트포럼리.
이하작가 개인전 <Be the Resistance>
 
(이글은 전시 팜플렛에 들어가는 작가노트입니다.
작가노트 특성상 예술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예술을 쓰게 됩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습니다. 이해바랍니다)